하드 쉐이크의 창시자 우에다 카즈오에게 쉐이킹을 배운 바텐더가 바를 열었다고 해서 궁금했다. 가기 전에 구글에서 찾아보니 하드 쉐이크라는 게 칵테일을 만들 때 쓰이는 재료들의 각진 부분 - 실제 물리적으로 각진 형태가 아니라, 맛이 날카롭거나 강하게 튀는 부분 - 을 강하게 쉐이킹 하면서 다듬어 부드럽게 만드는 기법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우에다 카즈오 시그니쳐 M.30 Rain
  창작 레시피로 만든 시그니처 칵테일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서울 텐더 만의 시그니처는 없다고 그래서 일단 우에다 카즈오 시그니처를 주문했다. 레시피는 스미노프 보드카 4, 슈페히트 팜펠무즈(Specht Pampelmuse) 1, 라임 쥬스 1, 블루 큐라소 1. 1988 년 사카모토 류이치를 오마쥬한 우에다 카즈오 시그니쳐라고 한다. 영화 '마지막 황제' 삽입곡 중 30 번째 'Rain'을 따서 지었단다. 별 감흥 없었다.



  타케츠루 퓨어몰트 17년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17년은 그냥 퓨어몰트에 비해 뒷맛만 부드럽지 다른 향들은 전부 반감 되어있는 상태다. 피트, 바닐라, 꿀, 후추 향 전부 다 죽었다. 오히려 숙성 안 시킨 퓨어몰트가 복잡다단하고 켜켜이 풀리는 향이 훨씬 좋다. 앞으로는 퓨어몰트만 마실 예정.



  라스트 워드
  바를 가면 꼭 라스트 워드를 시켜본다. 좋아하는 칵테일이기도 하고 레시피도 바텐더 마다 전부 달라서 맛도 전부 다르다. 텡커레이 No.10, 그린샤르트뢰즈, 룩사르도 마라스키노 리큐르, 라임 주스를 각각 동일한 비율로 섞고 마라스키노 체리 한 알 넣은 걸 제일 좋아한다. 텐더의 라스트워드는 좋게 말하면 둥글둥글하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없고 심심하다. 바텐더에게 물어보니 개인적으로 동양인에게 1:1:1:1 레시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의할 순 없다. 개인적으로 라스트워드의 매력은 그린샤르트뢰즈, 라임, 마라스키노, 진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룩사르도만으로는 마라스키노가 밀리기 때문에 반드시 체리 한 알을 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진짜 라스트워드가 완성된달까나.... 


  십스미스Sipsmith VJOP#2
  사진은 찍지 않았다. 바에서는 진을 스트레이트로 주문하면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진을 내어주는데, 그러면 마시기는 편하지만 향이 죽어버린다. 그래서 보통 난 잔을 쥐고 흔들면서 온도를 상온까지 올려서 마시는데 그러면 여러가지 향이 다채롭게 느껴진다. 십스미스 VJOP#2는 알콜 도수가 52%[각주:1]도임에도 어느 정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근데 가격이 비싸서 따로 사 마시진 않을 듯... 


  칵테일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신 분이었다. 이야기해 보니 칵테일은 여러 가지 요소를 한데 섞어서 하나의 새로운 음료를 만드는 것이고, 복잡다단하게 풀리는 맛과 향은 섞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내가 차를 마시다 보니 향에 강하게 집착하는 면이 있어서 칵테일에서도 다채로운 맛이 느껴졌으면 좋겠는데, 그런 걸 클래식 바에서 기대하는 건 번지수 잘못 찾은 걸지도 모르겠다. 창작 시그니처 나오면 다시 한 번 가 볼 텐데 언제 다시 가 보려나... 벨로나 가야겠다.





  1. 신기한 게 십스미스 홈페이지 가서 찾아보면 바에서 마신 52%짜리 VJOP 제품이 없다. [본문으로]

  1. Favicon of https://anotherbeerplease.tistory.com oui? 2016.10.05 12:12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저도 특히 라스트워드는 여러가지 맛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잔이 좋더라고요. 신맛 단맛이 입 안을 씻어내는 것 같은... 말씀하신 하드셰이크가 재료의 각을 다 깎아낸다는 것도 와닿아요. 여기 김렛 정말, 정말 무난했거든요... 음, 워낙 고정 팬이 많으니 말하기도 무섭지만 제 취향엔 여기보단 개성있는 곳들이 좋단 결론이었어요.

  2. jang 2017.05.26 00:12  링크  수정/삭제  답글

    이 문파(?)에 속한 다른 바에서 하드쉐이킹을 접해보니 하드쉐이킹 자체가 자극적인 맛 보단 무난하고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맛을 추구한다고 하긴 하더라구요.. 전 시큼 자극적인 바카디 실버럼 다이키리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곳의 하바나클럽 다이키리는 너무 무난무난 부드러운 느낌이었어요. 저 역시 칵테일은 조금은 거친쪽이 매력적인가 싶네요 ㅎㅎ 그럼에도 정통일본바의 분위기와 정중한 서비스 자체는 좋았던 기억...